휴일



으레 그렇듯 새벽까지 놀다가 점심때를 넘겨서 일어났다. 역시 잠을 푹자면 몸이 가뿐하다. 일어나자마자 컴퓨터를 켜고 오늘 보려고 생각하고 있던 공연을 확인했다. 요즘은 서울 다니는 일이 부쩍 힘겨워져서 공연 하나로는 수지가 맞지 않는다. 어찌어찌 공연 두 개를 골라서 일정을 맞춰놓았는데 갑자기 귀찮아졌다. 그래, 네가 그렇지 뭐. 보고싶다는 호기심만으로는 무거운 엉덩이를 떼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비싸다. 돈도 없는 주제에 하루에 몇만원씩 공연비로 날리는 건 분수에 맞지 않는다. 포기하자. 집에서 놀기엔 시간 떼울 만한 게 변변칠 않아서 영화를 보러 나갈까 했는데 혼자 보는 영화도 그다지 내키질 않는다. 결국 하릴없이 집에 처박힌 신세. 모처럼 놀러나간다는 동생과 사소한 걸로 싸웠다. 이기적인 언니라서 미안하다. 근데 너도 잘한 건 없어. 이따 집에 들어와서도 여전히 삐져있겠지. 그래도 난 모른다. 너도 모처럼 집에서 쉬는 사람 기분 상하게 한 건 마찬가지거든. 빨래는 어제 다 했고, 점심 먹은 설거지도 다 했으니 집안일도 할 게 없다. 아니, 집안일은 쌓였지만 손대기가 싫다. 당장 급하게 책장을 정리해야하는데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할 지가 막막하니 건드리기가 싫다. 벌써 며칠째 엄마 잔소리를 듣고 있는데도 손대기가 싫다. 한번 시작하면 끝장을 봐야하는데 저게 어디 한 두 시간 일거리여야 말이지. 몰라. 몰라. 노는 날이니까 난 놀 거야. 재미있는 게 없나 괜시리 인터넷만 들쑤시고 있는데 갑자기 장한 빗소리가 내리꽂힌다. 와! 비오네. 이제 더위가 한풀 가시려나. 안나가길 잘했다는 마음이 들면서, 동생이 우산 가져갔던가 궁금해진다. 알아서 하겠지. 애도 아니고. 비 한번 시원하게 온다. 장마철 지긋지긋하던 비가 아니라서 좋다. 상쾌하네. 근데, 심심하다고 연락해서 불러낼 친구도 없구나, 이제는. 친구야. 호주에서 빨리 돌아오렴. 너 없으니 외롭다. 너도 거기서 외롭겠지. 너 아니? 부쩍 네 생각이 늘면서 감상적이 된다는 걸. 10년이나 늘 옆에 있어서 몰랐는데 내가 널 많이 의지했었나봐. 보고 싶다. 건강하게 잘 있는 거지.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들 반납기한이 거의 다 됐을 텐데 하나도 안읽었구나. 얼른 읽고 치워버려야지. 빗소리를 음악삼아 침대에 누워 책이나 읽어볼까. 텔레비전을 끄고 나니 온통 빗소리 뿐이다.

by Dana | 2008/08/15 18:48 | 잡설 | 트랙백 | 덧글(0)
오늘의 잡설



1. 더워!

2. 들은 얘기들을 짜깁기 해보니 태경님은 10월까지만 햄릿하실 것 같다. 10월 말까지 갈 지도 지금은 모르겠고... 요즘 스케쥴을 생각해보면 차라리 9월까지만 하시라고 하고 싶다. 태경 오빠, 포항까지는 갔는데 도저히 독도는 못가겠어라. 무사히 잘 다녀오세요.;ㅂ;ㅂ;ㅂ;ㅂ;
윤형렬씨도 10월까지만 하실 듯 하다. 햄릿에서 돈주앙으로 건너가신다니 여기든 저기든 블라우스 신세를 면하지는 못하시겠군.
햄릿 기획사의 원대한 포부를 보노라면... 어쨌든 공연이 멋지게 나오는 게 제일 우선이다. 공연이 좋아야 입소문이라도 돌지. 난 도무지 햄릿들이 슬슬 발을 빼는 10월 이후의 흥행을 예상할 수가 없어. 가슴이 아파서.(...)
승대씨가 이 공연으로 무명 설움을 벗으셨으면 좋겠는데, 어쩐지 좀 불안하다. 그 마스크에 그 몸매에 그 기럭지에 그 노래로 아직도 무명이라니 이해할 수가 없어. 어지간히도 공연운이 없는 배우다.
사실, 그 스페셜 나잇인지 전야제인지 하는, 어이가 땅을 치고 울며불며 도망갈 이벤트 때문에 화가 나 있었는데 요즘은 화내기도 귀찮다. 8만원짜리 갈라쇼를 보여주던 말던 나랑 무슨 상관이야.-_- 난 안 볼 건데. 이게 본공연 시작하기 전의 이벤트만 됐어도 매우 참신하다고 칭찬해줬을 텐데 말이지.
개념리스하신 기획사부터, 혁신적인 발상의 단관 담당자, 공식카페가 배우 팬카페인지 착각하고 있는 서포터까지 골고루 삼박자가 잘 돌아가는 것 같아 기쁘다.<-
관심있는 공연인 만큼 신경이 온통 그리로 쏠려있었던 데다가 캐스팅 초반부터 이런저런 얘기를 우연찮게 많이 듣다보니... 이젠 공연이 온전히 공연만으로 안보여.-_-;;; 이거 결코 좋지 않다. 난 순진무구하고 행복한 관객이고 싶지 불평에 찌든 투덜이 스머프가 되고 싶지는 않다고. 차라리 뒷얘기를 빠삭하게 꿰고있기나 하면 낫겠는데 그것도 아니고 말이야.

3. 많이 심란한 일이 생겨버렸다. 내일가서 얘기를 어떻게 해야 할까. 인생 헛살았지. 헛살았고 말고.^^

4. N님이 마음 진정시킬만한 발사모 노래를 달라고 하셔서 솔로 앨범을 풀었다가 한시간 동안 넋이 나가있었다. 조금만 방심해도 이런다니까. 전화번호부를 한시간 내내 읽고 있어도 목소리에 넋이 나가 있을 거야.

5. 요즘 많이 까칠한 상태다. 곱게 듣고 곱게 말할 수가 없다. 좋은 게 좋은 거고, 둔해서 눈치코치 없고, 미워하는 것도 귀찮다고 생각하는 데다가, 누구에게든 좋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다는 복합적인 요소들이 합쳐져서 간혹 친절하고 다정한 사람이라고 오해들을 하시는데, 그렇게 친절한 사람도, 다정한 사람도 아니다. 그렇게 되고야 싶지. 누군들 그런 욕망이 없겠어. 선 안으로 들여놓은 사람에게는 간이고 쓸개고 미련없이 빼주는 편인데도 한번 눈밖에 나기시작하면 점점 가속도가 붙더라. 날 오래 봐오신 분과 술마시다가 당신은 안그런 듯 보여도 선을 확실하게 그어놓는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리고 내가 그분을 선밖으로 밀어낼까봐 불안하다는 얘기도. 내 어디가 그분을 불안하게 했을까. 주제 파악은 확실하게 한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자신에 대해 모르는 게 너무 많다.
세상을 바라보는 필터가 일그러져 버린 것 같다. 나도 투명하고 밝게 세상을 보고 싶어. 근데 그게 안된다. 내가 보는 세상은 자기기만과 자기합리화와 환상을 좇는 부나방 같은 멍청함으로 가득하다.
난, '나'에 대한 관심이 너무 많다. 스스로를 사랑하지도 못하면서 잔뜩 허영에만 물들어서 '나'를 근사하게 포장하고 싶어하지. 허무하기도 하고, 불쌍하기도 하다. 인간아.... 사랑받고 싶니? 너 사랑해주는 사람 많잖아....

6. 덥다. 자자.

by Dana | 2008/08/13 01:50 | 잡설 | 트랙백 | 덧글(9)
오늘의 (후기같은) 잡설



1. 거창 후유증이 너무 심해서-_-;;; 잡담거리가 꽤 쌓였음에도 불구하고 포스팅할 생각이 안들더라고요. 그래서 잡담거리를 묵힌 결과..........

다 까먹었습니다.

(....)

제가 요즘 정신줄을 놨어요. 대구에서 지하철 타러 가는 길에 오른쪽으로 돌라는 소리에 '오른쪽이 어디야?'라고 해서 주위분들에게 큰 웃음 드렸답니다. 이러고 살아요.ㅇ<-<
게다가 기껏 포항가서 뙤약볕에 5시간 버틴 끝에 녹음해온 전리품은 대구에서 인천오는 버스 안에서 기기 조작 실수로 날렸고요. 부틀렉 제작자의 장인정신은 엿바꿔 먹은지 오래라, 제 괴성과 박수소리때문에 도저히 다른 분들께 들려드릴 만한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기념품인데... 흑흑흑흑흑. 그나마 다행인 건 '지금 이순간'을 건진 것. 이번 포항 공연에서 그 노래가 제일 마음을 건드렸거든요. 지난 세종 공연 때 깨달은 거지만 태경님은 '지금 이순간'을 지킬이라는 배역으로서 부르는 게 아니더라고요. 그저 가사에 충실히, 가사에 마음을 담아 부르시는 거라... 지킬로서 평가하면 안될 노래에요.
사실, 입으로는 아니다 아니다 해도 햄릿 때문에 속을 많이 끓였던 탓인지 포항까지 가놓고도 '여길 왜 왔냐, 니가 미쳤지' 이런 마음이 남아있었는데 이 노래 듣는 순간에 그 마음이 다 녹아버렸어요. 지금 이 순간, 당신이 무대에서 노래를 하는데 다른 게 뭔 상관이냐 싶더라고요. 그순간만큼은 정말 태경님이 무대에서 노래해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마음이 들더라고요. 너무 지치고 힘들어서 감상적이 된 탓도 있었을 거고, 오랜만에 태경님 뵈어서 울컥한 것도 있을 거고... 그래도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저 오래오래 노래해주십사... 그게 포항이면 어떻고 뮤지컬 무대면 어때요. 태경님이 노래한다는 게 중요하지.
그런 의미에서 태경님이 부르신 지금 이순간 같이 들어요.<-

야외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훌륭한 음향을 들려준 포항MBC에 감사 인사를. 콘서트 진행은 개판이었지만 태경님 노래는 제대로 들려줬으니 패스.
지금은 요렿게 '착한 팬' 모드지만 햄릿 첫공 이후에 제가 어떻게 변할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고요.(...) 주위에 햄릿 서포터 되신 분이 계시니 정보에 목마를 일은 없겠다 싶어요. 하지만 순진무구한 관객일 때가 제일 행복한 거죠. 무대 뒷얘기라는 게 들으면 들을수록 머리를 쥐어뜯게 만드는 게 태반이니.... 그래도 호기심은 빠순이를 잡는 지라 서포터 되신 분 잡고 대뜸 물어보는 건 언제나 태경님 소식이고... 흑흑. 태경님 이번에 벗으실 게 거의 확실해보이는데 미리미리 몸 좀 만들어두심이 어떠신가요. 포항에서 뵈니까 허리가 너무 가늘어서 오필리어가 제대로 굴욕이겠던데요.
그나저나 제 주위분들은 태경님 노래로 상처를 치유하시는데 정작 팬인 저는 그게 안되서 몹시 억울합니다. 치유계이신 옵화님을 둔 죄에요?;ㅂ;

2. 두번째로 씨왓아이워너씨 보고 왔어요. 첫번째 B열, 이번엔 D열. 1막에서 준모씨 표정이 안보이던 부분이 궁금해서 질렀는데, D열 앞줄.... 힘든 자리였군요.; 2막에서 어찌나 배우들이 쳐다보고 가시는지. 준모씨가 얼굴 들이밀어서 깜짝 놀랐어요.ㅠㅠ
준모씨보다도 정상윤씨가 궁금해서 덥썩 질렀는데, 듣던 것과 달리 되게 귀여우신 분이였습니다? 듣기론 매우 잘 비웃는다고 해서 기대하고 있었는데 비웃음도 꽤 멋졌지만 아방하게 준모씨와 필석씨를 꼬시는 게 더 좋았.......... 흠흠. 역시 남자는 기럭지가 길어야 훈훈한가 봅니다. 이분 기럭지가 훈훈하셔서 그런지 눈이 즐겁더라고요. 연기도 상당히 센스가 있으시고.
씨왓을 또 보게 될 것 같진 않아요. 오늘 굉장히 집중해서 재밌게 보긴 했지만, 또 보겠다고는 못할 것 같아요. 두산에서 올라가면 궁금해서 한번쯤 더 보겠죠. 이걸로 8월달에 예술의 전당은 안녕. 겨우겨우 제일 쉽고 빠른 루트를 찾았는데 써먹지도 못하겠군요.
아참, 씨왓 보실 분 중에서 작품 전체를 보고 싶으신 분은 B열. B열도 안보이는 게 많지만 그나마 전체적인 게 보이는 데가 B열이지 싶어요. 준모씨 팬은 D열. 준모씨의 벗은 등짝을 코앞에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정상윤씨나 홍광호씨 팬은 B 내지는 C도 괜찮겠고 D도 나쁘지 않아요. 하지만 출연중인 배우님이 목표인 분들은 A열은 피하시는 게 좋을지도요. 등이 너무 좋아서 등보러 가시는 게 아니라면요. 필석씨 팬이라면 B나 D. C도 좋겠지만 거긴 좀 멀어요. 전 B열에서 보는 필석씨가 더 마음에 들었어요.
마지막으로 뮤지컬 해븐에 한마디. 재관람 할인을 전화예매로만 받는다고? 장난하냐? 재관람 할인이라고 꼴랑 5000원 할인해주면서 수수료가 2000원인 전화예매를 하라고? 그냥 해주질 마.-_-

3. 더워요. 더워요. 더워요. 더워요. 더워요.

4. 책 읽을 게 쌓여있는데 도통 글자가 눈에 안들어오니.-_-; 게다가 읽었던 책 또 빌려온 걸 책 한권 다 읽고 나서 깨달았어요. 치매가 점점 심해져요.

5. 졸려서 이만 총총.

by Dana | 2008/08/10 03:59 | 잡설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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